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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체조수학

제논의 역설

by mathpark 2023. 2. 24.

 

그리스 철학자 제논(BC 490?~BC 430?)은 그 당시 반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역설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의 논증 중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반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논이 내놓은 역설 중 유명한 역설 3가지를 소개하니 읽어 보고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 보자. 참고로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무한의 개념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1) 아무리 빨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거북 아킬레우스와 거북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의 10m 뒤에서 거북의 10배의 속력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럼 아킬레우스가 10m를 갈 때, 거북은 11m 위치에 있을 것이고, 다음번에 아킬레우스가 11.1m 위치에 있을 때 거북은 11.111m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되면 제 아무리 아킬레우스가 거북보다 10배 빠르게 움직이더라도 거북은 항상 아킬레우스의 앞에 있으므로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다.

 

(2) 화살 역설 날고 있는 화살은 날고 있지 않다.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살은 어느 일정한 점을 지날 것이다. 마치 사진기로 날아가는 화살의 한 순간을 찍듯이 극히 짧은 한 순간 동안이라면 화살은 어떤 한 지점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바로 다음 순간에도 화살은 어느 점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화살은 항상 어느 점에 머물러 있으므로 사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3) 이분 역설 물체는 절대 이동할 수 없다.

어떤 물체가 A에서 B로 이동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A에서 B로 가기 위해서는 그 중간 지점인 C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A에서 C로 가려면 그 중간 지점인 D를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AB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짧다 해도 A에서 B로 가려면 무한히 많은 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물체는 결국 A에서 B로 이동할 수 없다.

 

언뜻 보면 사실처럼 느껴지지만 제논의 역설은 당연히 옳은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역설을 반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간을 재는 것이다. 사실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이니까 기록을 재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 본다.

아킬레우스가 처음 10m를 따라잡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일까? 아킬레우스가 달리는 속도를 알 수는 없지만 편의상 10초가 걸렸다고 하자. 이제 그 다음 1m를 따라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일 것이고, 그 다음 0.1m를 따라잡는데 걸린 시간은 0.1초일 것이다.

따라서 제논이 말한 이야기에서 걸린 시간을 전부 더하면 다음과 같다.

10+1+0.1+0.01+=11.111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11.111…은 한없이 커지는 수가 아닌 한낱 유한한 수인 순환소수라는 것이다. 이 순환소수를 분수로 나타내면 100/9가 되어 거북은 단지 아킬레우스보다 100/9초 동안 앞서 있다가 100/9초가 지난 후부터는 역전되어 뒤에 있게 된다.

결국 제논은 아무리 길게 봐도 12초도 넘지 않는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아무런 정당화 없이 영원히라고 말한 셈이다.

 

제논의 역설은 시간 개념을 도입하면 깨지게 된다.

시간은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역설에서처럼 구간을 아무리 잘게 쪼개더라도 구간마다 걸리는 시간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구간이 짧으면 그만큼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므로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짧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앞지르고, 화살은 제대로 날 수 있으며, 물체는 이동할 수 있게 된다.

 

- 발췌 및 수정 : 《숨마쿰라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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