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을 맞아 2박 3일의 가족여행을 계획하다가 여수에 꽂혀 떠나기로 합니다.
3일 간의 짧은 연휴 기간임을 감안하여 일요일 밤에 퇴근 후 잠시 숨을 돌리고 밤 늦게 출발했습니다.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차에서 새벽을 맞은 것까지 포함해서 3박 4일 일정이 되겠네요. ;;
중간에 휴게소에 잠시 들러 간단한 요기.
우려와는 달리 이미 내려간 차들이 많아서인지 고속도로가 한산한 시간대를 잘 골라 4시간 반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여유롭게 달렸더니 연비도 대박 잘 나왔습니다.
일단 도착한 곳은 낭만포차거리. 이른 새벽 시간이라 문 연 곳은 없습니다. 조용한 바닷가의 불빛이 이곳이 여수임을 알려줄 뿐.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데 '마래터널'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길이 640m, 폭 4.5m, 높이 4.5m이며, 1926년에 지어져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 터널이랍니다. 교행을 위해 100~110m마다 정차 공간이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신호등이 있어서 마주오는 차와 맞닥뜨릴 일은 없습니다.
여수종합수산시장에 들러 혹시 일찍 문 연 곳이 있으면 국물이라도 뜰까 했으나 여의치가 않습니다. 문 연 곳은 있으나 아직 영업 전입니다. 허기는 잠시 후 달래기로 하고 일단 차에서 눈을 조금 붙입니다.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검은모래해변으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으로 차를 몹니다. 아담하지만 운치 있는 해변입니다. 동해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기다리는 마음 애가 타도록...
느리지만 와야할 것은 결국 오려나 봅니다.
곧 목격하게 될 장관을 목이 빠지게 기다립니다.
아, 아름답습니다.
이 기운을 받아 2019년 기해년에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온 식구들 건강하길 기원해 봅니다.
오동도 초입에 위치한 '뚱땡이 시골밥상'에서 드디어 아침을 먹습니다. 간장게장+양념게장+돼지불고기 세트에 시골밥상을 추가해 네 식구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게장은 그냥저냥이었고 돼지불고기가 의외로 맛있었으며 돌산갓김치는 여윽시 끝내줬고 무엇보다 자연산 생굴무침이 최고였습니다. 자꾸만 리필을 외쳤음에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오동도에 들어가려다 동백열차가 다니거나 유람선이 뜰 시간이 아니고 동백꽃이 만개할 무렵도 아니니(걸어서 가긴 귀찮아서) 그냥 케이블카를 타고 감상하기로 합니다. ㅜㅜ
전망대에서 오동도를 바라보자니 들어갔다 나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다음에는 꼭!
시들해진 동백꽃을 눈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해상 케이블카 탑승. 바닥이 투명해서 개무섭다는 크리스탈 캐빈(5인승)은 왕복 기준 대인 22,000, 소인 17,000. 우리 네 식구가 타면 83,000. 뜨아, 잽싸게 포기하고 일반 캐빈(8인승) 대인 15,000, 소인 11,000 으로 낙찰. ㅠㅠ 그나마 한산해서 네 명만 타니 괜찮다고 셀프 위로.
밤에 타면 더 멋지다고 하던데 여수가 한 눈에 들어와서 매우 즐겁고 아찔했습니다. 잠시 들러 사진 찍으려고 했던 하멜등대도 바로 아래에 보여서 개이득.
여수가 이런 곳이구나. 참 좋다,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사람을 많이 접해서인지 길냥이들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멋진 곳입니다.
날씨가 너무 좋다 못해 12℃를 웃돌아 덥기까지 해서 오래 걷기에는 무리입니다. 역시 따뜻한 남쪽 나라.
이제 또 뭔가를 뱃속에 넣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순신 수제버거와 좌수영 바게트버거를 한 번에. 특히 바게트버거의 비주얼은 이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눈 딱 감고 씹으니 아사삭 부서지면서 핵존맛이라 놀랐습니다. 강추!
엑스포, 레일바이크, 아쿠아플라넷, 향일암, ... 구경하고 체험하려던 장소가 많이 있었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다음에 다른 계절에 다시 오자는 기약을 남기고 숙소로 체크인하러 갈 시간입니다. 여수는 다시 오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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