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우리 나라 최고 명문대학의 입학시험 시험관'이라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학생에 대해 구술시험을 치르고 있다. 평가해 보아라.
…방금 들어온 학생은 자그마한 몸집과 가느스름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학생과 마찬가지로 그는 의자에 앉았으며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미리 제출된 교사들의 평가서에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의견이 적혀있었다.
"대단히 점잖고 순진함이 넘치고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학생에게는 뭔가 기묘한 데가 있다."
"성질은 나쁘지 않으나 독창적이고 색다른 데가 있으며 논의를 좋아한다. 다만 가끔씩 친구들을 놀리는 버릇이 있다."
"색다른 행동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고있고 야심과 독창성의 허울을 쓰고 있다. 허나 수학에는 뛰어나다."
"영리하다는 것은 이제는 전설일 뿐 우리는 그를 신용하지 않는다. 열성을 나타낼 때라도 주어진 과업을 보면 건방지고 엉뚱한 것뿐이고 끊임없이 마음을 산란하게 해서 교사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 수사학 교사일동"
"참을 수 없을 만큼 독창성을 꾸며대고 구원하기 어려울 만큼 건방지다. 그가 하는 것이라곤 교사를 낭패감에 빠뜨리고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그러나 수학에는 번쩍이는 능력이 있다. 수학을 공부한다면 대성할 가능성도 있다 - 교사일동"
이것을 본 시험관은 보통 자기학교 학생들에겐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너무 심한 평가를 내린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학이 뛰어나다', '수학에 번쩍이는 능력'의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구술시험 수학문제 중에서도 조금 어려운 문제를 내어보기로 했다.
"학생은 이차방정식에서 근과 계수와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아라."
학생은 '가소로운 듯이' 중얼중얼 말했다. 대답을 잘 알아듣지 못한 시험관은 다시 한번 요구했다.
"말을 또렷하게 하고 천천히, 구체적으로 칠판에 가서 쓰면서 하라."
학생은 잠시 망설이더니 칠판 앞으로 걸어가서 분필을 쥐고 빠른 속도로 뭔가를 써가다가 너무 힘을 준 때문에 분필이 부러져 버렸다.
그런데 조금 쓴 글자가 도대체 무슨 글자인지 분간을 하기 어려워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차방정식과 삼차방정식 그리고 n차방정식의 관계'에 대해 횡설수설하더니 이것은 자기가 이미 해결한 것인데 그게 바로 '5차 방정식의 해법'과 연결된다고 했다.
시험관은 기가 찼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5차방정식의 해법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고, 수학 역사상 가장 천재로 불리는 가우스조차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복소수 안에 근이 존재한다'는 존재성만을 해결한 문제가 아닌가?
그 후론 아직 5차방정식 근처에도 간 사람도 드문데 2차방정식도 옳게 몰라 칠판 앞에서 쩔쩔매는 녀석이 5차방정식을 운운하니까 하도 기가 차서,
"야, 이 녀석아, 질문한 문제나 똑바로 대답하라."하고 나서 5차방정식에 대해 설교를 조금 하자
그 녀석, "우리 나라 최고의 교수라는 작자가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되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참, 한심하오." 라는 당돌한 말을 하여 시험관은 너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묻는 말이나 대답해, 이 한심한 녀석아!!"
그러자, 이 녀석은 쥐고 있던 분필 지우개를 시험관을 향해 힘차게 던져버렸다.
불행하게도 지우개는 시험관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고, 그 녀석은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당신은 이 학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시험관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냉정하게 평가서를 썼다.
"본 시험관에게 제대로 답을 하지 않은 학생은 이 학생뿐이다."
"이 학생은 절대로 아무 것도 모른다."
"이 학생은 비범한 수학이 재능을 갖고 있다고 쓰여 있지만 이건 아주 놀랄 일이다."
"실제로 시험을 해 본 결과 거의 지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파리공과대학(에꼴 폴리테크니크)의 시험에 두 번째로 낙방했고, 방황하다가 21세의 젊은 나이에 하찮은 일로 결투를 벌이다 총에 맞아 죽었다.
그는 죽기 전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를 중간 중간에 삽입하면서 휘날려 쓴 60페이지의 논문을 친구에게 부탁하였고 이것은 오늘날 대수학의 역사를 바꾸게 하였다.
그가 바로 비운의 천재
'갈로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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