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돌아가신 후 명절 때 차례 지내고 가까운 작은집에 방문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가족 여행을 계획하곤 합니다. 올해는 특히 연휴가 길었지만 멀리 나가는 것은 좀 무리 일성 싶어 친구가 운영하는 캠핑장을 급히 예약하고 다녀왔습니다.
1년에 한 두 번 보고 금방 헤어짐이 늘 아쉬웠던 사촌동생들이 흔쾌히 함께 동행해주어 여느 때보다 의미 있고 즐거운 1박 2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늘 찰싹 붙어 다니던 녀석이 어엿한 캠핑장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어반 캠핑 인디언 바베큐'. 수개월 전 오픈 소식을 듣고 간다 간다 해 놓고 이제야 드디어 가게 되어 "친구야, 미안하다~!!(고승덕 버전으로)"
경기도 파주의 적성 초등학교에 바로 접해있습니다. 캠핑 시설은 다 갖춰져 있고 몸만 가면 되는 소위 글램핑장이라고 하겠습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고 가깝지만 한적한 시골 분위기도 나서 가족 단위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올 추석은 시기가 일러 날씨도 한여름을 방불케 했는데 간이 풀장에 물을 가득 채워놔서 아이들이 아주 신났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즐길거리, 놀거리는 충분합니다. 특히 두 아이가 자전거가 재미있다고 함께 타며 즐거워해서 좋았습니다. 애완동물은 출입이 불가한데 저 냥이 녀석은 원래 주인이 없이 떠돌다가 이곳에 셀프 정착했다고 하네요.
어느덧 해가 기울고 한가위 보름달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제 슬슬 취할 준비를 합니다.
사촌동생들이 챙겨 온 와인잔에 호가든과 기네스로 '더티 호'를 제조해 줍니다.
저는 처음 먹어본 것이었는데 엔하위키 미러에서는 '맛은 그냥 그렇다'라고 해놨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맛났습니다. 원래 기네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여쁜 동생들이 팔을 덜덜 떨어가며 정성껏 만들어줘서 더욱 맛이 좋았나 봅니다.
더티 호로 목을 축이면서 고기를 굽기 위해 차콜에 불을 붙이고 친구가 직접 키웠다는 유기농 야채들도 도착합니다.
버섯도 듬뿍 주고 소시지에 가리비까지... 역시 친구는 잘 두어야 합니다. ^^;
맥주로 배를 채워 못 먹겠다는 사람들이 폭풍 흡입을 합니다. 순식간에 고기들이 각자의 뱃속으로 증발합니다.
맥주에 이어 동생들이 가져온 특제 와인까지 곁들여 빈 병들이 수북이 쌓여 갑니다. 역시 처음 맛 본 '1865' 맛있더군요.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밤이 깊도록 동생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술도 많이 먹고 다음에도 이런 자리를 가끔씩이나마 마련하자는 의기투합도 하고 정말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1865가 들어 있던 골프백 모양의 케이스가 정말 탐났지만, 획득은 실패. ㅡㅡ;
다음날 아침은 간단하게 라면을 끓이고 즉석밥으로 해장 겸 식사를 하고 또다시 물놀이.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아쉽지만 동생들과 작별을 하고.
친구와도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누고.
헤이리로 출발합니다.
헤이리는 많이들 가보셨을텐데 저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연휴라 그런지 차도 사람도 겁나게 많더군요. 날씨도 뜨거워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몇 장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으로 대신할게요.
'뱀 주사위 놀이' 액면가 30원짜리가 어느덧 2000원. ㅋㅋ
이발소 이용 요금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두 녀석.
'못난이 빵'을 굳이 먹겠다고 하여 줄 서서 사 먹고.
아이들과의 추억거리가 또 하나 생겨 뿌듯하고.
마늘빵이 맛있다고 소문났다는 '류재은 베이커리'에서 정말 맛있는 마늘빵도 사고.
'도담 국수'에서 잔치국수와 열무국수와 왕만두로 마무리.
짧은 일정이었지만 가족들과, 친구와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고 고마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잃고 명절도 함께 잃어버린 세월호 유가족들과 아직도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가족들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는 10명의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몹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푹 쉬고 즐기고 돌아왔으니 다시 그분들께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그러이 바라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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