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올라오는 태풍들로 인해 날씨가 좋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해 올해는 그냥 장모님이 계신 무주에서 지내기로 하고 출발했습니다.
오전에 출발해 3시간 반만에 도착해서 점심 때가 되어 무주구천동 쪽에 있을만한 맛집을 검색해 봅니다.
이집이 오래되었고 맛있다는 소문이 난 곳이군요.
보쌈 정식으로 결정하고 주문을 했습니다. 북도이긴 하지만 전라도답게 밑반찬들이 다양하고 재료가 신선하며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보쌈은 뭐니뭐니해도 고기와 김치가 좋아야 하는데 둘다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30년 노하우가 담겨있는 것이겠지요.
멀리서 왔다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음식도 맛있어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놀이는 엄두도 못 내고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일찌감치 저녁 준비를 합니다.
텃밭에서 직접 따온 고추와 상추를 씻고, 장인어른께서 사오신 삼겹살과 목살을 숯불에 구웠습니다. 여기에 또 라면이 빠질 수는 없죠.
아이들은 고기로 배를 채우고 어른들은 다시 장어...는 아니고 붕장어(아나고)를 구워 술안주를 삼았습니다. 역시 장인어른께서 준비하신 것. 양념해서 숯불에 구우니 흔한 장어 맛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구운 옥수수와 얼린 블루베리는 디저트. 이렇게 휴가 첫날이 저뭅니다.
다음날 아침은 다행히 비가 멎었으나 기온이 낮아 역시 물놀이는 무리다 싶어 장모님이 끓여주신 올갱이 해장국을 한 그릇 먹고 어디로 가볼까를 생각해 봅니다.
목적지로 정한 곳은 전주한옥마을. 무주에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차하는데만 또 1시간 가량 걸렸네요.
시원한 얼음맥주(자몽은 별로고 꿀을 넣은 놈이 맛납니다)로 목을 축이고 문어꼬치를 먹으며 잠시 숨을 돌립니다. 아이들은 천 원짜리 슬러시 한 잔씩에 행복해 합니다.
할머니를 졸라 부채를 득템하고...
언제 또 오겠냐 싶어 단체 사진 한 방 찍고... 본격적으로 돌아다녀 보기로 합니다.
여기에 오면 하도 츄러스를 먹어야 한다기에 줄을 섰는데 끝이 안 보입니다. 기다리는 시간 1시간, 먹는 시간 2분. 맛은 그저 그렇더구만...ㅡㅡ;
나중에 알았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2호점이 있어 거기서는 줄 안 서고 사먹을 수 있었음. ㅜㅜ
구경하러 온 건지, 먹으러 온 건지...
제가 여기서 먹어본 것들 중에서는 맥주와 꽈배기가 제일 맛있었네요. 왕창 사올 걸 아쉽습니다.
또 기나긴 줄을 발견해서 어딘가 봤더니 풍년제과. 줄을 설 엄두를 못 내고 겉모양만 구경. ;;
동학혁명기념관도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이미 많이 걷고 지쳐 패스. 다시 무주로 발길을 돌립니다.
전주한옥마을이 너무나도 유명해졌고 좋은 평들이 많아 일부러 가보았는데 저는 솔직히 좀 실망했습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생활상을 차분하게 관찰할 수 있길 기대했는데 완전 먹자골목 분위기입니다. 사람 구경만 실컷 했습니다. 비수기 때 조용히 다시 가면 다를까요?
무주로 돌아와 바로 집 근처 계곡에 나가보니 비로 인해 불어난 물살이 장난이 아닙니다. 차갑기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역시 물놀이는 포기.
집에 가만 있으면 뭐하냐고 장모님께서 양념장에 재워 준비해 두신 닭을 굽습니다. 둘째 날도 부어라 마셔라.
물놀이는 전혀 못했지만 텃밭에서 이것저것 따 먹고 공기도 좋고 시원하고 말 그대로 피서는 됐습니다. 좀 여유가 있으면 이런 집을 사서(현재는 장모님이 잠시 세를 내신 곳) 리모델링해서 아예 살거나 별장처럼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ㅎㅎ
얻어먹기만 하고, 당연하지만 공짜로 자서 올 여름휴가는 교통비 외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아 알뜰하게 보냈습니다.
입추가 지나 이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더위는 물러가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하는 저들의 만행을 보자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열불이 납니다. 하루속히 유가족들이 원하는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춘 특별법이 제정되어 망자들의 한과 유가족들의 아픔이 해소되길 바랍니다. 음식 사진이 많아 단식 중인 분들께 면목이 없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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