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아내와의 휴가가 어긋난데다 딸아이는 수험생이라 아들녀석이랑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작정으로 장소를 물색하다가 마침 아는 후배도 휴가라 해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광주로 향합니다.
매번 고속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아들녀석이 KTX 체험을 하고싶다고 하여 광명역에서 출발하기로 합니다.
광주에 가면 야구를 보고나서 늘 묵는 숙소가 있는데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욕조가 사라졌다고 하여 다른 숙소를 구해봤습니다. 아들녀석이랑 욕조에 몸담그고 목욕하는 것도 계획이었던지라 바꿨는데 결과적으로 게임에 몰두하셔서 정작 샤워만 했다는. ㅋ
열차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어서 막간의 간식타임.
KTX는 저도 처음 타보는지라 이것저것 모두 신기했습니다. 한숨 눈붙일 여유도 없이 잠깐 딴 생각하는 동안 정말 빨리 도착한 느낌.
마중나온 후배를 만나 일단 숙소에 차를 대놓고 초저녁부터 달릴 장소를 고민 중.
'땔나무집'에서 갈매기살을 먹으려다가 꽤 걸어야 하는 거리인데다 날씨가 너무 더워 포기하고 여러 번 들렀던 '한국별관'으로 결정합니다.
땀을 좀 흘렸으니 일단 소맥을 한 잔 말고...
남도의 육회는 때깔부터 다릅니다. 늘 만족스러운 퀄리티.
아들녀석이 삼겹살이 땡긴다고 하여 우선 삼겹살을 3인분 먹고,
바로 이거지, 소갈비살.
근처 호프집에서 시원한 생맥주로 입가심까지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회포를 풉니다. 아들녀석도 함께 즐거워해서 다행입니다.
이제 숙소에 체크인. 후배 녀석도 대리로 집에 가는 대신 함께 묵기로 합니다. ㅎ
아들녀석은 PC방 못지 않은 사양의 컴퓨터에 만족스러워 하며 게임 삼매경에 빠지고 아빠는 70인치 TV로 넷플릭스 영화 한 편 때려줍니다. 생긴 건 러브모텔인데 조용하고 깨끗해서 괜찮았습니다.
다음날 아점은 명성은 들었으나 늘 지나치기만 했던 '도깨비마을'에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남도답게 간이 적절하고 정갈한 밑반찬들이 마음에 쏙 듭니다.
도깨비마을의 시그니처 고등어 김치조림을 주문했습니다.
고등어 한 점 올리고 잘 익은 묵은지와 김에다가 싸먹으면 완전 핵꿀맛.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이유가 있습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달달한 식혜도 할머니가 해주셨던 딱 옛날 그 맛입니다. 가격도 착하고 안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실제로 챔피언스 필드에서 야구를 본 후 타이거즈 유니폼 입은 채로 뒷풀이를 여기서 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귀경은 고속버스로 하는 걸로. 유스퀘어에서 차표를 끊고 시간이 남아 카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힙니다.
도착할 시간 맞춰서 배웅 나온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가족 상봉 후 닭갈비로 저녁을 먹으며 짧았던 여행 보고를 드립니다.
광명에서 출발하자마자 재난문자가 와서 보니 교회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서울, 경기 거주자 여행 자제가 권고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민폐를 끼치고 오면 절대 안되기에 더욱 신경써서 마스크 쓰고, 되도록 사람들 접촉하지 않도록 거리 띄우고 조심했습니다.
오로지 먹기만 하고 왔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아들녀석과 오붓하게 보내서 나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기사 노릇 자처해준 후배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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