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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좀해보자

'할아버지의 개똥 세 개' 일화 - 홍세화

by mathpark 2012. 5. 18.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형제를 가르쳤겠다.
어느 날 서당선생은 삼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 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 하고 칭찬했겠다.


 

둘째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장군이 되고 싶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지 사내 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장래 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이 그건 왜? 하고 당연히 물을 수밖에.

 

 

막내 말하기를,
나보다 글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개똥 한 개를 먹이고 싶고
또 나보다도 겁쟁이인 둘째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니
개똥 한 개를 먹이고 싶고......
여기까지 말한 막내가 우물쭈물하니 서당선생이 일그러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겠다.
그럼 마지막 한 개는? 하고.

 

 

여기까지 말씀하신 할아버님께선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세화야, 막내가 뭐라고 말했겠니?”하고.
나는 어린 나이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서당선생 먹으라고 했겠지요, 뭐.”
“왜 그러냐?”
“그거야 맏형과 둘째형의 그 엉터리 같은 말을 듣고 좋아했으니까 그렇지요.”
“그래 네 말이 옳다. 얘기는 거기서 끝나지.
그런데 만약 네가 그 막내였다면 그 말을 서당선생에게 할 수 있었겠냐?”
어렸던 나는 그때 말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할아버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화야, 네가 앞으로 그 말을 못하게 되면 세 개째의 개똥은 네 차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나는 커가면서 세 개째의 개똥을 내가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자주 인정해야 했다.
내가 실존의 의미를, 그리고 리스먼의 자기지향을 생각할 때도
이 할아버님의 말씀이 항상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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