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에 어린이대공원 투어를 마치고 들른 곳은 맛집으로 유명한 건대 먹자골목의 통골뱅이 집입니다. 여러 방송에서 소개되었고 볼 때마다 꼭 한 번 가봐야지 했는데 드디어 맛을 보게 되었군요. 보통은 골뱅이를 을지로에서처럼 파를 곁들인 양념과 버무려 먹거나 소면과 함께 비벼먹는게 일반적인데 이 집은 특이하게 골뱅이탕으로 유명하고 이러한 요리법을 특허까지 냈다고 합니다.
먹자골목 초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로처럼 생긴 골목을 요리조리 찾아 들어가야 하고 원래는 가정집이었던 것을 개조하여 비좁고 불편해 보입니다. 맞은편에 2호점이 있긴한데 그래도 원조집에서 먹는게 낫겠죠? 6시에 영업을 시작하는데 조금 일찍 도착하여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서 잠시 시간을 때우고 6시 5분 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몇 테이블이 벌써 차있더군요. 하마터면 줄 설 뻔 했습니다.
다른 메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로지 생골뱅이탕에 집중합니다. 2인분을 주문하려다가 주위 테이블들을 살펴보고 아무래도 양이 적은 듯 싶어 3인분을 주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잘 먹었거든요.
드디어 상차림이 완성되고 생골뱅이탕을 먹어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미리 익혀나오므로 테이블에서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바로 먹으면 됩니다. 작은 집게와 포크를 이용하여 속살을 빼먹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작업입니다. 어떨 땐 한번에 쏙 나오다가도 어떨 땐 중간에 끊어져서 파내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빼낸 골뱅이는 그냥 초장에 찍어 먹거나 김과 날치알에 싸먹거나 아무튼 정말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물이 있으니 더욱 시원한 맛입니다.
골뱅이를 다 건져먹고 나면 김치와 함께 오뎅 네 꼬치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수제비는 따로 주문하여 투하합니다. 아이들은 수제비 뜯어넣는 재미에 푹 빠져서 즐거워합니다.
오뎅과 수제비를 다 건져먹고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칼국수 한 접시를 주문하여 보글보글 끓여 먹습니다. 골뱅이와 함께 먹은 술도 해장되고 국물이 아주 끝내줍니다. 저희 네 식구에게는 이 정도 양이 딱 알맞았습니다. 빈 접시와 골뱅이의 잔해들을 보며 만족감과 아쉬움이 함께 밀려듭니다.
저희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줄이 형성되더군요. 유명한 맛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고 사장님과 실랑이도 하는 등 정신이 사나운 광경도 종종 연출이 됩니다. 때문에 테이블에 앉으면 먹는 시간을 두 시간 정도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 모든 것을 한시간 반이면 넉넉하게 먹을 수 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좀더 여유롭게 드시려면 저희처럼 문 열기 직전에 가서 잽싸게 테이블을 선점하세요. ^^;
사실 건대 먹자골목을 비롯한 화양동의 여러 곳은 제가 대학 다닐 때 거의 매일 드나들고 놀았던 곳입니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집으로 그냥 가기가 아쉬워 배는 부르지만 대학 때부터 23년간 단골인 호프집으로 가서 사장님과 오랜만에 인사도 나누고 맥주 한잔 하고 돌아왔습니다. 땅콩을 훈제오징어에 돌돌 말아 쌀알 몇 개를 가라앉힌 생맥주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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