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훈련적인 지도는 수학을 싫어하는 원인도 된다. 아집이 있는 학생들은 왜 이런 틀에 박힌 재미없는 연습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버려서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가르칠 때, 이차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공식을 가르쳐주고 연습문제를 풀라고 하면, 학생 중에는 문제를 풀지 않고 노는 학생도 있다. "왜 안하니?"라고 물으면, 숫자를 공식에 대입하면 답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그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었다. 이러한 연습만 반복한다면, 수학에서는 모든 것이 결정적으로 분명하여 더 이상 새로운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교육은 완전히 실패이다.
◆ 학생에게 요구되는 수학적 자질은 단순히 수학의 지식이나 기능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통찰을 가지고 절차를 세워서 생각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수학 학습을 통해서 익힌 수학적인 것에 대한 관점이나 사고방법을 중심으로 한 수학적인 자질은 장래에 걸쳐서 살아 움직이며,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유효하게 활용된다. 따라서 수학교육에 있어서는 지식이나 기능을 어떻게 많이 충분히 가르칠까가 아니라, 어떤 사고방법 아래에서 어떤 대처방법을 하면 좋을까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 영어의 수학 mathematics의 어원이 그리스어인 마테마타(μαθηματα)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의미는 수의 학문이 아니라 학과이다. 배워지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배울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이것으로부터 마테마타는 수의 학문이라기보다는 세계와 세계의 사물에 대한 수학적 질서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배우고 있는 수학 내용뿐만 아니라, 음악도 천문학도 근원적으로 수학이라고 해도 좋다.
◆ 우리가 손가락을 꼽아서 헤아린다고 하면 손을 벌려서 손가락을 꼽아가지만, 서구 사람들은 손을 쥐고 새끼손가락부터 차례로 손가락을 펴간다. 이 모양이 로마 숫자가 되었다. Ⅴ는 한쪽 손을 편 모양이다. Ⅵ는 모두 편 오른손에 왼손의 새끼손가락 한 개를 편 모양이다. 10은 Ⅹ라고 쓰는데, 이것은 모두 펼친 양손을 합친 모양이다. 로마 숫자는 분명히 한쪽 손 5를 의식한 수의 표기로 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추리지만 설득력이 있다.
◆ 고대 인도에서는 대수를 '비자 가니타(Bijaganita)'라고 불렀다. 비자(Bija)는 종자, 가니타(Ganita)는 수학이기 때문에, 직역하면 종자수학(種子數學)이 된다. 비자라는 것은 인간의 이지, 지력과 같이 사물을 만들어내는 잠재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의 이지는 종자와 같이 얼마든지 성장할 가능성을 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자는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이지를 가진 현명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종자와 같은 이지를 눈에 보이는 문자의 도움을 빌려서 전개해보이는 것이 비자 가니타, 즉 대수(代數)라고 불리는 것이다.
◆ 수학이라는 학문은 문명의 탄생과 함께 태어나, 문명의 진보에 따라 발달해온 학문이다. 여러 가지 문명을 배경으로 해서 여러 가지 수학이 만들어져 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수학의 대부분은 어떤 면에서 인간 생활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수학 교사가 될 사람은 우선 수학이라는 학문을 논리 체계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문화로서 다면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전인수처럼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수학사 공부가 가장 좋다.
수학사라는 것은 어떤 수학이, 언제, 누구에 의해 발견된 것인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학을 낳아 기른 사회적 · 경제적 · 사상적 배경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을 보려고 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여러 가지 문화 · 사상과 관련하여 수학을 보는 것이 되며, 자연과 폭넓은 사물을 보는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 가르치는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 폭넓은 교양을 갖추고 있을 것, 교육에 정열을 가지고 있을 것, 이것들이 교사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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