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을 한 후 '코롬방제과점'에 찾아갑니다.
대전에는 '성심당', 군산에는 '이성당'이 있다면 목포에는 '코롬방'이 있다고 하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빵집이랍니다.
다양한 빵들이 즐비하지만 마늘, 새우, 크림치즈 바게트가 이곳의 삼대장이라고 합니다. 당장 먹을 것을 몇 개 담고 세 종류의 바게트는 집으로 가져가려고 포장합니다.
바로 옆의 카페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냠냠.
목포를 떠나 해남으로 향합니다. 땅끝으로 가기 전에 잠시 '월호리'에 들르기로 합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비석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1970년에 세워진 것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사시던 큰집에도 들렀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목욕탕과 우물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양해를 구해 집안을 둘러봅니다. 명절이나 방학 때마다 내려와서 즐겁게 지냈던 어린 날이 생각납니다.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는지, 언제 또 방문할 기회가 있을지 마음이 착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기억하시는 옆집 어르신과 우연히 담소도 나누고 아주 오랜만에 고향땅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제게는 매우 특별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차를 몰아 땅끝에 도착합니다.
어쩌다 보니, 멀리도 왔다. ㅎㅎ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가 심해 탁 트인 다도해의 장관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속상합니다.
하지만 희망의 시작이라는 땅끝까지 녀석들과 함께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삼을만합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마무시한 계단이 가로막더라도 땅끝탑까지는 가봐야지.
어릴 때는 '토말비'라고 부르는 것에 더 익숙했었더랍니다.
500m라는 말에 속아 계단 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찐 남매의 울부짖음이 볼 만하였다. ㅋㅋㅋ
한반도의 끝에서 희망의 염원을 담아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였으나 그만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으니 시급히 보충을 하러 가야 합니다.
땀 흘리고 난 뒤에 만만한 게 중화요리라고 급하게 검색해서 찾아간 짬뽕집.
단지 검색에 의지해서 가깝기에 찾아간 곳인데 오 마이갓~ 이거 완전 맛있잖아? 삼선짬뽕, 소고기짬뽕, 유니짜장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맛집입니다. 특히 소고기짬뽕은 기가멕히고 코가멕히는 존맛탱입니다. 아이들이 이제 동네 단골 짬뽕 못 먹겠다고 할 정도로. ㅎ
짬뽕의 감동을 겨우 추스르고 오늘밤 묵을 숙소 '블루오션펜션'에 도착했습니다.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예약한 방보다 더 전망이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해주셔서 짬뽕에 이어 연타석 감동이 배가 됩니다.
룸 컨디션도 좋고 바다가 바로 앞이어서 마음에 듭니다. 저희는 들르지 않고 지나치기만 했지만 '송호해수욕장'이 인근에 있어 여름에는 피서를 오기에도 좋겠습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여 해변으로 걸어 나가 낙조 풍경을 담아보기로 합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름답습니다.
펜션에서 묵으니 당연하게도 오늘밤엔 바비큐입니다.
고기를 구워 먹고 나서 코롬방제과점에서 사 온 빵으로 후식까지 야무지게. 새우바게트도 맛봤는데 속이 알찬 새우맛이 풍부하고 바게트는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주는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무척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내일의 강행군을 위해 일찌감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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