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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단상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mathpark 2020. 12. 25.

◆ <밀폐 공포증…… 밀폐 공포증…… 좀머 아저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어…… 그 말의 뜻은 아저씨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은 밖에서 돌아다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밀폐 공포증>이 있으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고…… <밀폐 공포증>이 <방안에 있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말이고, <방안에 있지 못하는 것>이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과 같다면,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 <밀폐 공포증>과 같은 말이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어려운 <밀폐 공포증>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라고 쉽게 말해도 되겠지……. 그렇다면 <좀머 씨는 밀폐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한다>라는 말을 어머니가 하려면 이렇게 말해야겠지. <좀머 씨는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돼…….>

◆ 그까짓 코딱지 때문에 자살을 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불과 몇 분 전에 일생 동안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

◆ 사람들에게는 각자 다른 걱정거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가용이나 세탁기, 잔디밭의 스프링쿨러에 대한 걱정은 했어도 어느 늙은 별종이 어디에서 잠자리를 폈는지는 걱정하지 않았다.



 

★★★★☆ "장편 소설 『향수』로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면서도 굳이 이곳 저곳으로 은둔처를 옮겨다니면서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저자는, 일체의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가 하면 빈한할 정도로 간단하게 꾸며져 있는 집에 틀어박힌 채 언어의 연금술을 반복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세상에 알려져 있다. 연약한 체격, 반들거리는 금발, 안경 너머로 보이는 총명한 눈빛을 소유한 그는 평소 유행에 한참 뒤떨어진 닳아빠진 스웨터를 입고 무슨 말 못할 걱정거리라도 있는 사람처럼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 걷는다고 한다. 그는 개를 무서워하고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탈 때면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긴장하는가 하면, <약간 비위생적이다>라는 느낌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악수조차 꺼리고, 햇빛을 싫어해 모든 창문을 가리고 사는 철저한 <은둔자>이기도 하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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