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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단상

파과 - 구병모

by mathpark 2020. 4. 25.

◆ 바닥을 구르는 마른 낙엽 같은 인간들이라도 너 자신의 모든 역량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서 상대해. 자꾸 얕봐가면서 식은 죽 먹기라고 팔랑팔랑 덤비다간 쓰지 않은 힘의 양만큼 너에게 되돌아올 테니까.


◆ 누군가에게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사소한 권력이 다른 이에게는 증오를 넘어선 제거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조형과 부착으로 이루어진 콜라주였고 지금의 삶은 모든 어쩌다 보니의 총합과 그 변용이었다.


◆ 이제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신은 이미 늙었고 완고하며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지.


◆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이끼류 같은 건 돋아날 드팀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햇발 아래 뿌리내린 사람들을 응시하는 행위가 좋다.


◆ 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어떤 심장의 소용돌이들.


◆ 아무렴 미친놈한테서 이유나 논리를 찾는 사람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겠지.


◆ 배회하던 숲의 이름이란 어쩌면 기억이었던가를,


◆ 한 티스푼의 설탕에 지나지 않았던 일화들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다 결국 눅눅해지며 감당 못하도록 찐득해진다.


◆ 그리고 하나만 말해둘까. 난 그쪽 어머님 아니에요. 나이 먹은 손님이 오면 다 어머님이라고 하나?


◆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 "『파과』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이 지독하고 잔혹한 현실 속에서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이,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기꺼이 살아내는 모든 것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전한다." - <출판사 리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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