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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단상

거대한 뿌리 - 김수영 시선

by mathpark 2019.07.05

◆ 꽃 꽃 꽃
부끄러움을 모르는 꽃들
누구의 것도 아닌 꽃들
너는 네가 먹고 사는 물의 것도 아니며
나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지금 마음놓고 고즈넉이 날개를 펴라

- 「九羅重花」 中


◆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 「나의 가족」 中


◆ 암흑과 맞닿는 나의 생명이여
거리의 생명이여
거만과 오만을 잊어버리고
밝은 대낮에라도 겸손하게 지내는 묘리를 배우자

- 「거리 2」 中


◆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 「폭포」 中


◆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 「死靈」 中


◆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슨 펜과 뼈와 광기 ―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 「그 방을 생각하며」 中


◆ 겨자씨같이 조그맣게 살면 돼
복숭아가지나 아가위가지에 앉은
배부른 흰 새 모양으로
잠깐 앉았다가 떨어지면 돼
연기나는 속으로 떨어지면 돼
구겨진 휴지처럼 노래하면 돼

- 「長詩 1」 中


◆ 꿈은 상상이 아니지만 꿈을 그리는 것은 상상이다
술이 상상이 아니지만 술에 취하는 것이 상상인 것처럼
오늘부터는 상상이 나를 상상한다

- 「우리들의 웃음」 中


◆ ......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대한민국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반동이 좋다

- 「거대한 뿌리」 中


◆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 「사랑의 변주곡」 中


"모든 실험적 문학은 필연적으로는 완전한 세계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이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난해한데다 역시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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