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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단상

완장 - 윤흥길

by mathpark 2017.03.13

◆ "사랑 되게 좋아허네. 사랑 농사가 원판 흉작이라서 금년에는 농협에서도 사랑 수매를 중단혔다는 소리 못 들었어?"


◆ 완장은 대개 머슴 푼수이거나 기껏 높아봤자 마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완장은 제가 무슨 하늘같은 벼슬이나 딴 줄 알고 살판이 나서 신이야 넋이야 휘젓고다니기 버릇했다.



◆ 일생을 통해서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회는 불과 한두 번밖에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가 기회의 머리가 보였다 하면 무조건 껴안고 뒹구는 게 상책이지, 만일 어물어물 머리를 놓치고 꼬리를 잡으려 하면 그때는 이미 기회란 놈이 지나가버린 다음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여간해서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 완장이 없을 당시는 그것이 없기 때문에 외로왔었다. 그런데 그것이 생긴 후로는 또 그것이 자기한테 생겼다는 바로 그런 이유로 외롭기느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 왜 뒤늦게 이걸 읽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 읽은 몹시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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