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준공이 되었고 2007년부터 16년 동안 살아온 구축아파트를 드디어 올수리 하기로 식구들과 합의를 봤습니다. 이곳저곳 비교하여 견적 받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나 워낙에 그런 걸 귀찮아하는 성미 탓에 그냥 지인들로부터 추천받은 업체와 초스피드로 계약하고 진행하기로 합니다.
인테리어 업체를 몇 번 방문하여 온갖 종류의 타일과 바닥재와 벽지 등을 차례차례 고르고 붙박이장을 비롯하여 싱크대, 냉장고장, 키큰장, 베란다장, 신발장, 중문 등 큰 가구들부터 선택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식구들 모두 결정장애가 있는 편이라 거의 사장님이 추천해 주는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ㅋㅋㅋ
막상 진행을 하려고 보니 공사 기간 동안 지낼 곳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호텔, 모텔, 에어비앤비, ... 맙소사, 갈 곳이 없습니다. 동네 중개사무소마다 사정을 설명하고 며칠 기다리지 않아 마침 딱 알맞은 소형 아파트를 천운으로 한 달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거실 한복판에 업소용 불판테이블이 있는 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그러나 삼겹살을 한 번도 구워 먹지 못하고 나온 게 두고두고 아까비.
인테리어 날짜를 조율하고 슬슬 짐을 정리하던 와중에 딸아이가 어릴적에 쓰던 식기가 나와서 참으로 반가왔습니다. ㅎㅎ
그동안 사용하던 가전제품들이 몹시 오래되기도 했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게 되면 구색을 맞춰야 한다고 해서 근처의 LG 베스트샵에 방문했습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여러 날 탐색을 하며 미리 예산을 어느 정도 짜놓았으나...
잘 사용하지 않는 김치냉장고를 제외하는 대신 냉장, 냉동고를 컨버터블로 결정합니다.
딱맞는 장을 짜서 설치할 예정입니다. 컬러는 핑크+베이지.
에어컨은 처음에는 적당히 저렴한 제품으로 하려고 했다가 도중에 시스템에어컨에 꽂혔다가 공사난이도와 기간, 비용 등을 고려하여 다시 선회. 결과적으로 예산 초과. ㅜ
싱크대 상판에 두고 쓰던 기존의 작은 식기세척기는 폐기하고 싱크대 아래에 빌트인 하는 걸로 정했습니다.
세탁기는 큰 용량으로 교체.
원래 사용하던 쿡탑 대신 인덕션 첫 도전. 인덕션용 조리기구를 새로 사야 해서 역시 예산 초과. 그나마 일부는 사은품으로 수령 예정입니다.
딸아이가 잘 사용하던 드롱기 오븐을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고 전자렌지와 에어프라이어를 겸하는 제품으로 영입.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일렉트로룩스 청소기가 있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청소기를 새로 사는 바람에 또 예산 초과. 물걸레 스팀 청소까지 되는 거라나 뭐라나. 일렉트로룩스는 사무실에 가져가서 서브용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예산을 초과해 가며 가전제품을 추가한 이유 중에 하나는 결제금액이 클수록 당연하게도 할인 혜택이 많아져서 1200만 원어치를 사나 1500만 원어치를 사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 될 대로 돼라...라는 심정도 작용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새 제품을 거의 안 사고 중고 물건을 어디선가 구해와서 십몇 년 이상 묵묵하게 잘 사용해 온 아내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기니 뭐 괜찮습니다. 가전은 LG라고 했으니 앞으로 오랫동안 또 잘 쓰겠지요.
한꺼번에 여러 물품을 계약하면서 사은품도 많이 챙겨주고 배송, 설치도 깔끔하게 해준다고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매장을 나섭니다. 우선 추억의 골드스타 로고가 박힌 치약을 듬뿍 받아왔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까사미아 매장에 들러 구경하다가 리클라이너 소파에 완전 매료되어 마침 세일도 한다기에 질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마음이 들떠 벌써부터 지갑을 열기 시작했으니 큰일입니다.
오해를 하실까 염려되어 다시 첨언하자면 거의 20년간 자잘한 것 외에는 근사한 살림살이라곤 한 번도 해주지 못하고 어디서 주워 온 중고 물건들로 연명하다시피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자랐고 아내도 한 번쯤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첨단 문명의 이기를 경험해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형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으로 무리를 하는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은 본격적으로 이사와 공사 과정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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